소중한 설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여다보다
제가 어릴 때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게 설탕이었어요. 한달에 한번 들통에 누런 설탕을 배급받아 오면 식구 수대로 한 그릇씩 물에 타 먹었지요. 귀한 손님이 오면 물 한 잔에 설탕을 두 스푼씩 넣고 휘휘 저어 건네 대접했답니다. 아까워서 음식엔 넣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죠. 제 추억 속에 설탕은 착한 일을 하면 엄마가 한 스푼 입에 넣어주던 보물이었지요. 오늘 전 의미 있는 설탕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생산돼 이제 소중함조차 잊게 된 설탕. 온몸이 저릿하도록 달콤한 그 맛 속에 어린이의 노동력도 담겨 있다지요.
일상 속에서 매일 접하는 식품 속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합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나눔을 실천하면서 공정무역을 알았어요. 이젠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그리고 요리할 때 꼭 필요한 설탕도 그 아름다운 무역을 통해 구입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의미 있는 설탕 나누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다
보통 사람들은 ‘기부’라고 하면 가진 게 많은 부자나 하는 걸로 생각하지요. 공정무역은 내 것을 그대로 내놓는 기부가 아닙니다. 농부들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진 제품에 당연한 비용을 주는 거지요. 그 제품의 떳떳함에 얼마든지 쌈짓돈을 꺼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한번쯤 ‘내가 쓰는 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내가 쓰는 푼돈이 세상을 훨씬 아름다워지게 할 수도 있답니다. 의미 있게 사용된 푼돈이 모이면 큰 힘이 될지 모를 일이거든요. 저는 이 귀하디귀한 설탕을 1960년대식으로 나눠보려고 합니다. 그때는 명절날 설탕을 선물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요즘 특별한 날에 와인을 건내듯 이 의미 있는 설탕을 나눠보는 건 어떨는지요. 가격은 또 얼마나 착한지요. 작은 돈으로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실천해볼 때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건넬수록 투박하지만 구수한 맛이 전해져 우리 삶도 아름다워지지요.
페어트레이드 설탕… 뭐가 다를까?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설탕은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대규모로 재배된 일반 설탕과는 생산단계부터 다르다. 대량 생산으로 야기된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통방식을 복원해 작업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페어트레이드 설탕은 두레생협이 교역한 마스코바도 설탕과 공정무역가게 울림에서 수입한 영국 트레이드 크라프트사의 유기농 설탕 정도. 두 제품 모두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비정제 설탕으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구입한 이 착한 설탕 속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keyword 1 비정제 설탕은 천연조미료다
설탕을 만들려면 사탕수수로부터 즙을 짜내고 이 당분즙액을 진공상태에서 가열 및 농축해 불순물을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설탕의 결정과 결정되지 않은 당밀이 나온다. 이때 설탕 결정만 남기고 당밀을 제거한 것이 정제 설탕이고, 당분즙액에서 당밀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끓여 수분만을 증발시켜 만든 설탕이 비정제 설탕이다. 즉 설탕 결정만 뽑아내면 사탕수수에 포함된 풍부한 미네랄과 칼슘은 모두 제거된다. 비정제 설탕은 당밀 분리나 정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각종 영양소가 살아 있는 천연조미료인 셈이다. 전통적인 설탕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비정제 설탕은 천연성분이 살아 있는 건강식품이다.
keyword 2
믿을 수 있는 유기농 설탕이다
유기농 설탕은 농약이나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사탕수수를 재배했음을 의미한다. 네그로스섬에서는 사탕수수 재배를 하기 6개월 전부터 제초작업을 해 땅 힘을 길러준다. 또한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1년 동안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유기 퇴비를 준다.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은 ‘유기농’이라는 타이틀을 당당히 따낸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둘 것이 있다. 유기농 설탕은 재배과정, 비정제 설탕은 추출과정의 차이에서 비롯된 분류. 유기농 설탕이 모두 비정제 설탕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사진으로 보는 마스코바도 설탕 제조법
1 수확 기계가 아닌 농부들의 손으로 사탕수수를 수확한다.
2 이물질 제거 농부들이 사탕수수의 줄기를 잘라 잎과 불순물을 제거한다.
3 분쇄 및 착즙 사탕수수대를 압축기에 넣어 누른 후 다시 재압축해서 즙을 따낸다. 착즙된 사탕수수액을 거름망에 통과시켜 이물질을 제거하고 수분 증발기를 이용해 큰 컨테이너 통에서 끓인다.
4 건조 순수하게 추출된 설탕은 넓은 판자에서 완전히 말리면서 곱게 분쇄한다.
5 선별 및 포장 이물질을 분리하고 선별해 비닐봉투에 넣어 포장한다.
페어트레이드 설탕으로 만든 시판 제품
제품 두레생협(02-3283-7290), 공정무역가게 울림(02-739-1201)
1 유기농 딸기잼 유기농 딸기와 파라과이에서 생산된 유기농 설탕으로 만든 딸기잼. 페어트레이드 공식 인증마크가 붙어 있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340g 1만2500원-공정무역가게 울림.
2 마스코바도 설탕 필리핀 네그로스섬의 농민들이 생산한 비정제 설탕. 설탕 본연의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500g 2500원-두레생협.
3 유기농 비정제 설탕 파라과이에서 생산된 비정제 유기농 설탕. 유기농은 물론 페어트레이드 인증까지 받은 제품. 500g 7900원-공정무역가게 울림.
4 클라로 마스카오 유기농 초콜릿 마스코바도 설탕을 사용했다고 하여 ‘마스카오’라는 이름이 붙여진 초콜릿. 78시간의 섬세한 혼합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유기농 초콜릿으로 풍부한 맛이 특징. 100g 5000원-공정무역가게 울림.
5 찹쌀호떡 호떡 소에 마스코바도 설탕을 넣어 진한 향이 사르르 녹아 있다. 쫄깃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350g 3200원-두레생협.
6 무농약 고추장 무농약 고춧가루와 찹쌀 그리고 마스코바도 설탕을 원료로 한 고추장. 방부제 등 일체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았다. 1kg 1만6000원-두레생협.
7 유기농 오렌지 마멀레이드 스페인 세비야에서 생산된 유기농 오렌지와 파라과이의 유기농 설탕으로 만든 페어트레이드 마멀레이드. 340g 1만2500원-공정무역가게 울림.
8 청국장 캔디 마스코바도 설탕의 진한 향에 국내산 노란콩과 청국분말의 고소한 맛이 더해진 캔디. 인공색소나 인공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30g 1000원-두레생협.
9 산매실꿀즙 국내 토종 매실을 마스코바도 설탕으로 숙성시킨 매실즙에 소량의 꿀을 첨가해 만든 음료. 1회분으로 포장되어 마시기 편하다. 110ml×15팩 1만3000원-두레생협.
페어트레이드 설탕을 살 수 있는 곳
두레생협 (02-3283-7290 http://www.dure.coop)
공정무역가게 울림 (02-739-1201 www.fairtradekorea.com)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02-739-7944 http://ecofairtrade.godo.co.kr)
현대백화점 식품관
(본점, 무역센터점 www.ehyundai.com)
여성민우회 생협 (02-581-1675 www.minwoocoo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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