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rch 6, 2011

었던 와인 책 들고 떠났다

“천성이 음식 하는 걸 좋아하고, 또 먹는 것도 좋아해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하죠. 여행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새로운 음식들을 마음껏 먹어볼 수 있기 때문이죠. 일종의 도전정신 같은 게 발동한다 할까요?”
훌쩍 여행 떠나길 좋아한다는 김호진. 하지만 어느 도시에 가든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싶은 호기심과 욕망에 여행의 주 코스는 늘 레스토랑과 카페로 정해진단다.
지난 4월 둘째 주, 그는 또 한 번의 여행길에 올랐다. 올초 아내 김지호와 함께 만든 방콕 무크 북에 이어 두 번째 책을 만들기 위한 길이다. 이번에는 일본, 그리고 혼자다. 왜 하필 ‘일본’이냐 묻는다면 음식과 어울리는 다양한 와인 맛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리고 와인이라는 게 사람을 만나게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녀석이라 혼자 떠나도 외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단다.
와인,  소문난 맛집에서 즐겨보다
와인 즐기기 좋은 나라, 일본
여행 다닐 때 무조건 한식만 찾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서든 그 나라 음식은 맛도 보지 않거나, 겨우 한번 찍어먹고는 맛없다고 평가해버리는 사람들. 김호진은 이를 두고 ‘기회’를 놓친 거라 말한다. 다양한 맛을 음미할 ‘기회’가 많은 곳, 일본을 와인투어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음식점들은 다양한 요리만큼이나 저마다의 특징이 있는 와인 리스트를 갖고 있다. 식사를 하기 전 마시는 테이블 와인부터 디저트에 곁들여 마시는 스위트 와인까지 풀 버전은 아니더라도 식사 중에 음식과 함께 마시는 와인은 기본! 아무리 작고 허름한 집이라도 예외가 없었단다.
맛집 메모해두었다가 발품 팔며 찾아다니다
일본에 갈 때 꼭 가보려고 모아두었던 일본의 맛집 지도를 꺼내들고 찾아다녔다. 이 맛집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와인과 요리를 같이 즐기기 좋은 집이라는 것. 워낙 식당 종류가 다양해 몇 곳만 추리는 일이 쉽진 않았다고. 우선 일본 특유의 요리와 퓨전 요리, 숍 분위기로 카테고리를 나눠 한곳씩 선택했다. 일본의 대표 요리인 튀김과 돈가스집,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찬코나베와 카나, 쿠사노 하나, 야경이나 숍 인테리어가 감성적인 소노와 크리스톤 카페가 그의 와인 여행 루트로 꼽힌 곳들. 가장 인상 깊었던 집은 튀김 전문 요리점인 ‘주나하치’. 살아 있는 장어를 즉석에서 튀겨 만든 만큼 바삭한 맛이 예사가 아니었다고. 요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특별히 숍에 준비된 프랑스 와인이 튀김과 너무 잘 어울려 입안에 호사를 누렸다. 화덕에 생선을 구워주는 ‘카나’도 기억에 남는단다. 눈앞에서 요리를 해주는데 화덕 위의 생선을 보고 있노라니 무인도에 떨어진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고. 나중에 아내 김지호와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다.


1 카페 겸 바인 크리스톤 카페의 인테리어 모티브는 '교회'. 술을 파는 집의 모티브치고는 아이러니컬하다. 2 우리나라 김치를 일본식 퓨전으로 만들어낸 쿠사노 하나.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이 오픈했다고. 3 생선을 꼬치에 꿰어 화덕에 구워주는 생선구이 전문점인 카나. 메뉴판이 따로 없고 그날 들어오는 싱싱한 해산물로 바로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 4 도쿄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와인과 퓨전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와인바, 소노. 조용하게 와인 한잔 즐기기 좋은 곳이다. 5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화덕이 바로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아서인지 와인 한잔 하기 딱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 허니스가든. 6 스모 선수들이 먹는다는 고칼로리의 죽, 찬코나베. 큰 냄비에 굵직하게 토막낸 생선이나 고기, 달걀, 해산물 등에 밥이나 면을 넣고 끓여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고. 7 살아 있는 장어를 즉석에서 튀겨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던 튀김집 츠나하치. 

와인,  사람 이야기가 있어 더욱 좋다

첫 번째 만남, 일본와인협회 부회장 타츠미
여행길에서 그는 유명 중견 배우이자 소문난 와인 마니아인 타츠미씨도 직접 만났다. 타츠미씨는 직접 만나보니 프랑스, 이탈리아 와인 등 종류 불문하고 다양하게 즐길 줄 아는 와인 애호가였다. 게다가 일본 와인을 홍보하는 일본와인협회 부회장 직함까지 갖고 있었다. 타츠미와의 만남은 일본 와인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시간. 타츠미가 소개한 일본의 와인은 일본의 문화와 참 많이 닮아 있었다고. 맛이 꾸밈없이 깔끔하다는 것, 어떤 요리도 잘 받아들인다는 것. 타츠미 씨는 김호진과의 만남을 기념해 1970년산 무통 로쉴드를 준비해왔는데, 재밌게도 김호진과 나이가 같은 와인이었단다. 게다가 그 역시 평소 좋아했던 와인이라 같은 와인을 즐긴다는 사실만으로도 타츠미와의 만남이 뜻 깊었단다. 
두 번째 만남, 50년 경력의 초밥왕
일본의 대표 요리, 초밥. 일본에 가서 진짜 초밥을 먹지 못한다면 후회할 것 같았다던 그가 진짜 일본 초고의 초밥을 먹는 행운을 얻었다.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진짜 초밥왕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 것. 올해 나이 80세가 넘은 초밥왕 할아버지는 50년 이상 초밥만 만든 요리 장인이다. 초밥이라는 게 단순하게 밥과 회를 조물조물 무쳐서 만들어내는 음식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손에 들어간 초밥은 회의 크기와 밥의 비율을 맞춰가며 신중하게 만들어졌다. 만들어낸 즉시 먹어야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며 재빨리 김호진의 입으로 초밥을 넣어주는 초밥왕. 사람 냄새 나는 초밥왕 할아버지를 만난 후 초밥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와인,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만들다

“사실 와인은 특별한 날 격식을 차리면서 마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옷을 갖춰 입고 예의를 갖추며 먹는 술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죠. 그런데 와인이라는 술도 편하게 마시는 술이더군요. 마음 편한 여행처럼요.”
7박8일의 일본여행.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이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김호진은 와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워왔다고 말한다. 와인을 제대로 마시려면 공부부터 해야 한다며 스트레스 받는 사람도 있다지만 그에게 있어 와인을 어디까지나 와인을 마시는 일 자체의 즐거움이다. 명품 고급 와인이 아니라도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소박하게 종이컵에 마셔도 그만이다. 일본에서 와인을 음미하는 동안 서울에 있는 아내가 더 생각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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